4월 3일 경제 브리핑: 중동발 유가 급등 속 방산·조선주 잔치

한 줄 요약

중동 확전 우려에 유가가 110달러를 뚫었고, 방산·조선주가 축포를 올린 하루였다.

뉴욕 원유 선물 거래소 트레이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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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유가 110달러 돌파, 그리고 쏟아진 관세 폭탄

오늘 시장을 지배한 키워드는 단 두 개, '중동'과 '관세'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강경 발언 이후 중동 확전 우려가 급격히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 안팎까지 급반등했다.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15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가 급등은 곧바로 국내 물가와 무역수지에 빨간불을 켰다. 한국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인 만큼, 유가가 이 수준에서 머무르면 4월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다. 이른바 '오일플레이션(oil+inflation, 유가발 물가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유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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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쪽도 만만치 않았다. 미국이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전면 적용하면서, 철강 함량 15% 이상인 완제품까지 과세 대상에 포함시켰다. 세탁기·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에도 25%가 일괄 부과되고, 의약품에는 15%가 적용된다. 국내 가전업계 입장에서는 이중고인 셈이다. 다만 변압기 등 일부 품목은 미국 내 공급 부족 덕에 오히려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같은 철강 관세인데 누구는 울고 누구는 웃는 상황이다.

한편 3월 외환보유액이 전월 대비 약 39~40억 달러 줄어든 4,236억 달러를 기록했다. 11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환율 방어에 달러를 쏟아부은 결과인데, 외환보유액 글로벌 10위권에서도 밀려났다는 소식이 씁쓸하다. 다만 오늘은 호르무즈 해협 긴장 완화 기대감이 돌면서 달러-원 환율이 11~14원가량 하락해 1,505원대까지 내려왔다. 외국인도 12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서며 분위기가 조금은 나아졌다.

국내 증시: 코스피 5,377 회복, 방산·조선이 이끌었다

코스피는 143.25포인트 오른 5,377.30으로 마감했다. 코스닥도 7.41포인트 상승한 1,063.75를 기록했다. 양 시장 모두 오름세였지만, 체감 온도는 업종별로 극명하게 갈렸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빌딩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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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인공은 단연 방산·조선·에너지 섹터였다. 삼성E&A가 15.5% 급등하며 상한가에 근접했고, LIG넥스원과 한화솔루션이 나란히 9.7% 올랐다. 삼성전기(+9.3%), HD현대중공업(+9.2%), 한화오션(+7.3%), HD한국조선해양(+7.0%)까지 줄줄이 강세를 보였다.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 방산 수요 기대감이 커지고, 유가 상승은 해양플랜트·조선 발주 확대로 이어진다는 공식이 다시 한번 작동한 것이다. SK하이닉스도 5.5% 올랐는데, 이쪽은 외국인 순매수 복귀에 따른 수급 개선 효과가 컸다.

투자자 입장에서 고민되는 지점이 있다. 유가 상승이 에너지·방산주에는 호재지만, 동시에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 지금의 랠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중동 상황의 향방에 달려 있다.

생활 경제: 리터당 2천 원 시대, 주유 할인 전쟁 개막

기름값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 리터당 2,000원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주유소 가기가 점점 부담스러워지는 요즘이다. 카드업계가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는데, NH농협카드는 모든 개인신용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전국 주유소에서 리터당 50원 캐시백, 최대 200원 할인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우리카드도 5060세대 맞춤형 신상품을 내놓으며 교통비 절감 혜택을 강조하고 있다.

주유소 가격 안내판에 높은 기름값이 표시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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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물가는 가까스로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진짜 고비는 4월이라는 게 중론이다. 유가 상승분이 휘발유·경유 가격에 본격 반영되고, 여기에 환율 부담까지 더해지면 체감 물가는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숙박비 인상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어서, 당분간 지갑 사정이 팍팍해질 것 같다.

정책: 다주택자 조이기 본격화, 30대 영끌은 계속

정부가 다주택자 대출 규제를 한층 강화하는 신호를 보냈다. P2P 주택담보대출(개인 간 온라인 대출)에도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가 처음 적용되면서, 기존에 은행 규제를 우회하던 통로가 막히게 됐다. 주담대 금리가 7%를 넘긴 상황에서 규제까지 겹치니, 은행권의 가계대출 보수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런데도 30대 생애 첫 주택 매수 비중은 60%에 육박하고 있다. 고금리 속에서도 "지금 안 사면 더 오른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한편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당 후보들 간 부동산 정책 공방도 뜨거웠다. 종부세가 사실상 보편세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내일 주목할 것

중동 정세가 여전히 최대 변수다. 호르무즈 해협 관련 추가 뉴스에 따라 유가와 환율이 크게 흔들릴 수 있으니 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 철강·가전 관세의 세부 시행 일정과 국내 산업계 대응 방안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외환보유액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경우 원화 방어 여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질 수 있어, 내일 환율 흐름도 눈여겨봐야 하겠다.